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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그 결말은?
한일 경제전쟁, 그 결말은?
  • 유영욱 시민기자
  • 승인 2019.07.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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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겨야

 

강제징용 보상에 대하여 피해자의 승소와 재산압류를 판결한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아베 일본총리가 경제전쟁을 걸어왔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수출제한조치와 곧 있을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강수를 쓰며 한국의 굴복을 요구하는 경제전쟁을 시작했고, 한국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과 WTO제소 등 강경한 대응으로 경제전쟁에 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여봐야 한국이 손해니까 타협하라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며칠 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강경대응을 원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벌어지는 경제전쟁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와 그 결말이 어떻게 될 것 인가 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경제전쟁의 시작인 반도체 소재 금수조치를 쉽게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현재 수출금지 상태인 3개 품목 중 2개는 대체 공급선의 확보가 가능하지만, 1개는 단시일 내에 대체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함께 어떤 품목들이 수출제한 대상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은 한국 산업에 최대한의 타격을 주는 품목을 선택할 것은 거의 틀림이 없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이런 말이 있다. ‘전투에서는 이겼는데, 전쟁에서는 패배했다’는 말이다. 이는 국지적인 전투에서는 이기고 지고를 반복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에서는 전쟁 자체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한 두 번의 전투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국지적인 전투에서는 계속 패배하다 몇 번의 결정적인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례가 많다. 중국사를 살펴보면 한고조 유방은 초패왕 항우와의 전투에서 계속 패배하다 해하 전투에서 승리하고 중국을 차지하는 전쟁에서 이겼다. 임진왜란의 경과를 살펴보면, 일본의 기습에 조선은 변변한 대응도 못하고 육상전투에서 계속 패했지만, 국지전투인 해상전투에서 이충무공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승리하면서 전체 전쟁의 승패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반도체전투에서 패배할 수 있다. 그런데, 반도체전투는 한 번의 전투로 승패가 갈라지는 전투가 아니다. 초기 접전인 현재의 상황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대체 소재의 개발과 공급이 되면 그때는 승패가 뒤집어 질 것이 분명하다.

경제전쟁의 승패는 경제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서 세계 경제와 산업의 질서에서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안이 선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들 반도체는 세계 IT산업의 쌀이라는 표현을 한다. 반도체라는 소재가 IT산업을 지탱하는 기본 소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과 SK, LG의 반도체 산업이야말로 이 표현에 부합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의 전쟁 뿐 아니라 세계의 IT산업과도 밀접한 문제인 것이다. 이는 한일 경제전쟁이 한국과 일본의 전투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라는 더 큰 영역에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단기의 전투에서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일본의 정치에 패배할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반도체산업의 패배는 세계 경제가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선택이 된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위축되면 세계 IT산업의 쌀이 부족해지고, 이를 다른데서 충당하려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세계 경제 질서에서 보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부족한 소재를 빨리 채워주는 것이 비용도 덜 들고, 시간도 덜 든다. 다시 말해서 몇 가지 부족한 소재를 구해주는 것이 전부를 마련해주는 것보다 쉽다는 것이다. 벌써 금수품목 중 불화수소의 경우는 중국과 러시아가 공급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고, 국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어 있으며 다른 소재들도 시간 싸움일 뿐이다. 포토레지스터의 경우도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에서 공급받을 길이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산업은 경쟁관계보다 보완관계에 가까운 분업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높다. 즉 일본의 금수조치가 계속되면 단기적으로는 생산에 차질이 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선을 바꿔서 다시 정상화될 것은 확실하다. 삼성과 SK같은 대기업이 손 놓고 공장이 정지되는 것을 방관할 리는 없으며 대체 공급선을 찾아낼 것이 확실하다. 이는 세계 경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저비용의 선택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인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확인해주는 추세가 있다. 일본의 금수조치로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면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삼성과 SK, LG같은 반도체산업의 주가는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이 주가 상승은 해외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의 대형 투자자들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일본 의존도가 줄어들면 기업의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삼성과 SK같은 첨단기술과 합리적 가격으로 무장한 반도체 기업을 다시 만드는 비용은 너무 막대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 배제하고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적이며, 따라서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은 이번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의해서 해외 자본이 한국 반도체기업에 유입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번에 수출제한이 걸린 소재의 생산회사 일부는 한국기업의 구매가 판매랑의 거의 전부인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서 이들 일본 기업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대한 공급이 끊어지면 산업의 존폐여부까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공급의 절대강자인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반도체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도, 반도체굴기를 선언한 중국도 반도체산업의 일본주도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한일 반도체 전쟁을 통하여 일본의 반도체소재 산업의 과점구조가 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본심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이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 두 번의 국지전투에서는 패배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쟁 자체는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해외의 판단인 것이며, 우리는 이른 판단을 배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제품 안사고 일본 안가기 운동이 일본에게 얼마나경제적 타격을 줄지는 모르지만, 이번 전쟁에 임하는 한국인의 결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결연한 시민의 의식을 토대로, 정부와 기업이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한다면, 우리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바램 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산업계의 전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