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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과 매국사이
애국과 매국사이
  • 나경화 기자
  • 승인 2019.09.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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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제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 / 법학박사)
문성제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
문성제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

연일 언론을 중심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관한 소식들로 대한민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 주 52시간 근무제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조치 등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듣고 싶은 속 시원한 조치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일부 단체들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펼치면서 참여자는 애국,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매국이라 호도하고 있다.

이 같은 우리사회의 현상이 비단 오늘에만 국한된 것일까.

전설의 고향처럼 우리들의 뇌리에서 이미 사라져버렸지만, 2011년 한․미 FTA협정 당시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한․미 FTA 협정 찬반을 둘러싸고 ‘찬성은 매국 반대는 애국’이라는 극단적인 용어 사용을 서슴지 않으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대규모 광화문 촛불 시위와 함께, 성에 찬 언론들은 광우병을 부추겨 미국산 쇠고기 구입을 질병을 구입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여 국민들의 감정마저 양분되는 아픔을 겪었다.

나아가 당시 한․미 무역협상 통상본부장을 ‘현대판 이완용’으로 내몰았던 것도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미 FTA협정 체결 이후 10년을 다 채우지 못한 오늘 우리는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21세기 다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둘러싸고 애국과 매국사이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대법 징용판결을 부정하는 사람은 친일파”로 매도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거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들이 대한민국 영토를 넘나드는 우리의 현실을 외면한 채, 진보와 보수, 좌․우, 애국과 매국, 여당과 야당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름하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현실적 도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분법적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이 말하고 있는 애국자로서 서희와  전략가 이순신이 과연 오늘과 같은 현식을 선택했을까.   그들이 사랑하고 집착하는 과거는 어떤 내용의 역사를 담고 있을까.   한양을 도망쳐 나간 선조가 의주 강변에서 중국 황제에게 엎드려 은혜를 빌고, 인조가 삼전도에서 이미를 땅에 쳐 박으며 피를 흘려 신하임을 맹세하듯, 또는 새벽에 가족을 데리고 러시아 공관으로 도망친 고종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을 그리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라를 잃은 백성으로 독립을 위하여 헌신 했던 애국지사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오늘 우리는 굴욕을 강요하던 100여 년 전과 다른, 나아가 양국 국민들의 의식과 경제적 상황도 100여년 점과 다른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나,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기발한 선동으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기이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입는 자국민을 외면한 채, 불매운동을 애국이라 치부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불매운동을 선동하는 그들은 진정으로 일본산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하며, 자동차 사용 보다는 도보로, 그리고 해외여행 대신에 보로 국내여행을 해야 하는 조선시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의 한손에 갤럭시10을 들고 조선시대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이율배반적인 선동을 하고 있다. 진정한 애국은 일본산 불매운동이 아닌 극복을 위한 노력이며 그들을 넘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