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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은 목표 뿐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교육행정은 목표 뿐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 유영욱 시민기자
  • 승인 2019.06.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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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학교 지정 취소 논란을 보는 시각

 

최근 전주 상산고등학교와 안산 동산고등학교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계에서 심각한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도교육청과 학교 및 학부형의 분쟁이 교육부와 국회까지 번지는 대형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천안의 북일고등학교도 현재 지정취소와 재지정의 갈림길을 좌우할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서 충남과 천안의 현안이기도 하다.

자사고, 즉 자율형사립학교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대신에 교육과정의 운영 등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학교다. 서울에 22개 학교 등 전국에 42개의 자율형사립학교가 있으며 이번에 평가대상인 학교는 서울의 13개 학교 등 전국에서 24개 학교로 이번에 평가를 받았고, 결과가 발표된 학교 중에서 평가점수 미달로 지정취소가 된 학교가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 2개소이다.

그런데,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서 국회에서까지 설전을 벌이게 된 사안은 전주 상산고등학교의 지정 취소이다. 상산고 지정취소가 문제로 떠오른 것은, 두 가지의 쟁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정 취소 기준 점수의 문제로 다른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권장 기준인 70점을 지정 취소 기준으로 적용한 것과 다르게 전라북도 교육청은 80점으로 높여서 적용을 하였고, 두 번째는 사회통합전형평가의 문제로, 상산고와 같이 자립형사립교에서 자율형사립교로 전환한 경우에는 의무사항이 아닌 사회통합전형실적을 점수로 반영하였다는 것이다. 사회통합전형에서 상산고는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아 결과적으로 기준치인 80점에서 0.39점이 부족한 79.61점으로 지정취소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주장대로 평가기준을 만들고 점수를 주는 것은 교육청의 고유권한이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권장사항일 뿐인 것은 맞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평가기준을 만드는 과정의 정당성과 함께 평가기준도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데, 평가기준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과 타시도와 다르게 평가기준점수를 10점 높인 80점으로 결정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과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이는 80점으로 상향한 근거라는 것이 전북의 2개 일반고를 평가해 봤더니 70점을 넘겨서 자사고는 80점은 넘어야 할 것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과정으로 결정한 것으로 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인정받기 어렵다.

또한 세부 지표 중 사회통합전형을 교육부 가이드라인 및 타시도와 다르게 정량적으로 평가한 것도 문제가 아니라고는 주장할 수 없다. 사회통합전형은 취약계층과 농어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일정 비율로 우선 선발하도록 하는 전형으로, 자사고와 특목고 등에 적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상산고와 같은 자율형사립학교는 이 전형이 의무조항이 아니다. 실제로 이 전형이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특목고 등에서도 사회통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조사해보면 무늬만 사회적 약자인 편법입학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진짜 사회적 약자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연간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은 의무가 아닌 이 조항을 의무처럼 점수화하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의무사항도 아닌데다 사회통합전형의 대상자들, 특히 진짜 대상자들은 원하지도 않는 이 전형에 의한 입학률을 왜 점수로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떤 타당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점수의 상향 설정과 의무가 아닌 항목의 정량평가라는 두 가지 문제는,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의 지정 취소를 유도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 김승환 전북 교육감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것이라는 논리로 밀어붙인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반고 중심의 교육평등이 우선이냐, 특목고와 자사고와 같은 수월성교육이 필요한 것이냐에 대한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현 정부의 교육철학이 일반고 중심의 교육평등으로 자사고 및 특목고의 폐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구현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방법으로 합법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특히 교육행정에 있어서는 더 그러하다.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하는 것은 교육이야말로 장기적 관점으로 보고 차분히 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수월성교육을 담당하는 특목고와 자사고등을 과도하게 졸속으로 늘린 것은 잘한 행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다하여 이때 만들어진 학교를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편법으로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잘하는 행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교육철학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수월성과 평등성에 대한 논쟁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합의를 이룬 사안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여 정부의 철학대로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정책적 수단은 공정하고 정당한 것이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상산고의 지정 취소 논란은 자신의 교육 철학을 무리를 해서라도 관철하고자 하는 조급증이 불러온 교육계의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행정은 교육이기에 목적도 정당해야 하지만 수단도 더 정당해야 한다는 명제를 꼭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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