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티비
  • 로그인
  • 회원가입
정신건강과 국민의 안전
정신건강과 국민의 안전
  • 나경화 기자
  • 승인 2019.07.02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성제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 / 법학박사)
문성제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
문성제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를 방치하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17년에는 17세 청소년이 8세 초등학생을 유괴하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2019년에는 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정신과 의사를 정신질환자가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이 같은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 국민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위험성이 존재함에도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단정 할 수 없으며, 경찰관 등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행정입원을 신청하는 등의 절차가 이행되었다면 상당수의 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었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범행 전에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는 등과 같은 정보를 통하여 사전적 예고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었으나,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정신착란을 일으킨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관이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는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매뉴얼이 없다는 점에서 이 또한 무의미한 규정일 뿐이다.

물론 경찰관이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법’에 의하여 경찰관이 정신질환으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으나 정신질환자를 선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것 또한 무의미하다.

나아가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신질환자가 퇴원하는 경우에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과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경찰과 의료기관이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정신질환자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의 한 예로서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일정 요건이 갖추어지면 경찰관이 정신질환자를 보호조치하거나 의료기관 등에 인계할 수 있는 근거법률을 마련하고 있는데, 버지니아 주에서는 정신질환자가 본인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8시간 동안 경찰서에 보호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호조치 이후에는 의료기관에 인계하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전과가 있는 경우에는 유치장 대신 병원에 수용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고, 의료기관은 법원에 임시구금명령을 신청하여 위해성과 치료필요성이 판단되면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뉴욕 주에서는 정신질환자 대응지침을 별도로 마련하여 경찰관 직책에 따른 역할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며,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LA에서는 정신질환자 범죄 전담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60여 명의 경찰관과 20여 명의 정신의학 전문가로 구성하여 사건 접수 및 대응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도 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의 장이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사람이 퇴원할 때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장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본인 동의가 있어야 하고, 본인의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동의가 없는 경우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통보하게 되고, 강제입원에 따른 소송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제도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관찰업무는 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것으로 퇴원 및 퇴소 후 필요한 의료적 조치가 무엇이며, 정신보건서비스와의 연계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퇴원 출소 후에도 통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통원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을 정하여 대상자에게 통보하고 통원의료기관으로부터 개별 치료계획을 받아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고 있는지 등을 관찰해야 한다.

보호관찰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여전히 정신적 장애에 대한 치료적 처우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보건복지서비스 및 경찰 등 연계를 통하여 치료가 계속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